고운글&일상스토리/이해인시(세실리아)

풀꽃의노래

Lo러브ve 2019. 3. 16. 17:12

 

풀꽃의 노래

 

 

 

나는 늘

 

떠나면서 살지

 

 

굳이

 

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

 

 

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

 

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

 

 

하고 싶은 모든 말들

 

아껴둘 때마다

 

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

 

 

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

 

불완전한 것은 아니야

 

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

 

사람들은 모르지만

 

서운하지 않아

 

 

기다리는 법을

 

노래하는 법을

 

오래전부터

 

바람에게 배웠기에

 

기쁘게 살 뿐이야

 

 

푸름에 물든 삶이기에

 

잊혀지는 것은

 

두렵지 않아

 

 

나는 늘

 

떠나면서 살지

 

 

- 이해인, '풀꽃의 노래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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